ITP  ›› 핵심요소
자기주장  ›› 자기결정능력
의사소통
성교육

리더쉽이라든가 자기주장이란 이야기를 들으면 장애인이 직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나 형제자매 또는 장애관련 교육과 복지에 종사하는 비장애인이 대신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기결정력과 자기주장능력은 어느누구나 배워야하고 더 나아가 리더쉽 계발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지적장애인들의 자기주장능력과 인간관계를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전국조직이 있다. 그것은 “사람먼저 (People First)”라는 운동으로 한국에서의 “장애인먼저”라는 슬로건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의 “장애인먼저”운동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비장애인들이 양보 또는 우선권을 주자는 운동으로 장애인은 수혜자로 수동적인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미국의 “사람먼저(People First)”운동은 지적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능동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전국적인 모임으로 지역마다 소규모의 집회가 이루어진다.

소규모집회에는 열댓명의 발달장애인이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자신들의 개인적인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친구와의 가벼운 만남이기도 하지만 회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되는 회의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자랑거리나 개선책에 대한 진지한 발표와 토론으로 자기주장의 기회를 갖는다. “사람먼저(People First)” 캠페인본부의 캘리포니아 지부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지역모임들의 소식과 활동들을 알아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리저널 센터를 관장하고 있는 주정부 기관의 발달장애서비스국 (Department of Developmental Services)과는 부서가 다르며 리저널 센터의 행정과 업무상태를 감시하는 역활을 하는 지역위원회(Area Board)에서 자기주장 단체의 모임을 갖는 곳이 많다.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지역을 관할하는 사무소는 에리아보드10이다. 지적장애인 본인이 사는 지역의 자기주장모임을 찾아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형적인 회의장면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회의록을 기록하던 나는 유독 한명이 발표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끙끙대야 했다. 무조건 “쿡”이라는 말만을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일단 Cook으로 적어넣고 상황을 좀더 들어보았다. 지적장애를 가진 분들의 모임이라 서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회의의 진지함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서로의 이해를 위해 기다려주는 인내심이었다. 회장의 여러가지 질문으로 10여분이 지나서야 나를 포함한 회원들이 알아들었다.

그분은 20대 후반정도의 남자로 맥도날드에서 청소를 하고 식탁을 치우는 일을 하는 분이었다. 누구나 지적장애가 있고 그정도의 언어장애가 있다면 맥도날드에서 일을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주장 모임에 꾸준히 나오며 자신의 책임과 의무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권리를 찾는 것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날 그분의 발표 내용은 자신도 요리를 하는 직책을 수행할 수 있겠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저런 회의내용을 적고 두어시간이 지나 그날의 모임은 작은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별 신경쓰지 않고 드나들던 맥도날드였는데 그 이후 난 늘 그 주방을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사실 가만히 보니 프렌치프라이드도 냉동보관된 봉지를 찟어 내용물 전체를 그물망에 붓고 기름통에 넣은 후 버튼만 누르고 기다리다 삑하는 소리가 나면 꺼내어 기름이 빠지게 걸어놓는 것이다. 기름이 어느정도 빠지면 옆에 있는 넓은 곳에 쏟아내고 소금만 적당히 뿌려 똑같은 싸이즈에 담으면 되는 것이다. 햄버거도 들어갈 재료가 놓여있는 순서대로 조합을 해 전자렌지에 넣고 버튼을 누른후 삑 소리가 나면 꺼내어 종이로 싸면 된다. 지적장애인이 순서만 차근차근 천천히 해보도록 훈련을 하면 그리 어려울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이다. 바로 그 수년전에 자신이 “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그 사람의 말이 너무도 지당한 권리주장이다.